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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스토리

조금 까다로운 손님 - 말 많은 손님 편 (Feat. 아들러)

by 포켓단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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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가 군생활만 7년 했어. 지금 나 무시해? 봉투값이라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 아들이 의사야. 그리고 이번에 손자가 서울대학교에 들어갔어."

 

 

한동안 매일 막걸리를 사가시던 어느 손님의 레파토리다. 사실 동네에서 유명한 진상이다. 내가 이 분에게 들었던 욕만 합쳐도 이미 내 수명이 5년은 늘어난 것 같다. 이 진상의 특징은 말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이 항상 반복적이다. 이미 족히 50은 넘어보이시는 분이라 7년의 군생활이 딱히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항상 강조하셨다. 그리고 꼭 아들이 의사라는 얘기, 손자가 서울대라는 얘기를 빼먹지 않고 했다. 누군가 멈추지 않는다면 이런 비슷한 내용을 20분 넘게 하셨다. 이미 몇년 전 일이라 들었던 내용이 이제는 전부 기억나진 않지만 이 3가지 레파토리는 뚜렷하게 기억난다.

 

편의점을 운영하다보면 말 많은 손님은 꽤 있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직원을 하대하고 허세를 부리는 손님인데 위 예시처럼 진실과 적절한 과장을 섞어서 이야기하시는 것 같다. 하시는 것 같다라고 말한 이유는 정확히 뭐가 진실이고 뭐가 진실이 아닌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순진무구했던 나는 대충 진실이라고 믿었지만 점차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고 이런 부류의 사람은 동네마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그 레파토리가 진실이 아니라 과장된 허세라는 걸 알게 됐다. 일부 진실도 있겠지만 왜 이런 허세를 부리는 걸까?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열등감으로 똘똘뭉친 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긴다.

2. 아예 무시하지는 않되 최대한 짧게 대답한다.

3. 카운터에서 밖으로 나간다. 다른 일을 하며 엄청 바쁜 척을 한다.

 

 

원인 분석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을 시점, 내가 직접 아들러가 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어제 책을 읽다가 무척 흥미로운 가설을 발견했는데 열등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다양한 트릭으로 그것을 숨기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행동이 오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우월감을 대놓고 나타내는 허풍 또한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열등감에서 우러나온다고 한다. 주위 사람에게 오만하게 굴고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경향을 느끼기 때문에 무시받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허풍과 오만한 태도로 자신의 열등감을 숨기는 것이다. 

 

연민

보이는 결과를 가지고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처벌이랑은 별개로 사회든 개인이든 별로 도움이 안된다. 난 그때는 도저히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 지 어느정도 납득이 된다. 그 사람의 이름조차 모르는 내가 그 사람의 인생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의 겉모습과 대낮부터 술을 사기 위해 두세시간 마다 편의점에 들락날락하는 행동을 보면 적어도 그가 주변으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은 명확히 알 수 있다. 그 사람은 동네에서도 유명한 진상이었으며 모두가 그를 꺼려했다. 열등감을 받을 만한 환경은 차고 넘쳤던 것 같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진상짓을 했는지 원인을 분석하니 그가 했던 행동들이 매장에 피해를 줬고 괘씸하긴했지만 그 사람이 좀 불쌍했다. 

 

해결책

그 모든것의 원인이 그 사람의 열등감이니 곧 해결책은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물론 얘기를 들어주면 적어도 화를 내거나 무시하는 경향은 줄어들긴 할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을 하면(예를 들면, 점포에 지나치게 오래 계산대에 머물러 있어 다음 분 계산해야하니 잠시 비켜달라고 말할 때) 바로 다시 화를 냈다. 즉, 반창고를 아주 잠깐 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 손님이 앞으로 아예 안오게 하거나 올때마다 얘기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바로 경찰을 부르는게 좋고(올 때마다 부른다) 혹시라도 선을 넘지는 않되, 지나치게 오랜시간동안 얘기를 하신다면 다른 일을 하는 척을 해야한다. 카운터에서 나오는 것이다. 카운터에서 잠시 나와 과자를 채우러 창고에 간다던가 음료수를 채우러 워크인쿨러 안에 들어가면 된다. 처음 계산할 당시 그 사람의 말에 대답은 해주되 최대한 단답 혹은 짧게만 대답해주고 바로 바쁜 척을 해서 대화하기 힘든 환경을 계속 조성하면 된다. 보통은 여기서 해결이 된다. 정말 극히 드물게 이 이상으로 쫓아다니면서(창고나 워크인쿨러에 따라 들어온다던가) 말을 거시면 영업방해로 경찰에 신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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