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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스토리

공회전 기름값 진상

by 포켓단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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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 전 쯤일이다.

 

알바생이 저녁에 전화를 걸어왔다. 손님이 알뜰택배(CU to CU 저렴택배) 반송문자(규격불가)를 받고 환불하러 오셨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고 하더라. 알바생은 일한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전화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손님이 반송문자를 받고 오셨다면 반드시 우리 점포에 있을테니 구석구석 다 찾아보라고 했다. 다른 말은 해줄 수가 없어서 잘 찾아보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20분 뒤에 다시 또 전화가 왔다. 택배를 찾긴 찾았는데 환불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몇개월 전에 결제하신건지 물어보니 3개월 전이라고 하더라. 왜 알바생이 택배를 못찾았는지 알 것 같았다. 또 문득 든 생각이 왜 3개월 전에 결제한 택배를 이제 환불하러 오셨는지 궁금했다. 내가 뭔가 실수한건지도 잠시 생각해봤다. 그게 아니라 손님이 3개월 전에 반송문자를 받았는데 근처에 들릴 일이 있어서 이제야 왔다고 한다. 손님은 먼 곳에 사셔서 여기로 오기 번거로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 포스기로는 환불이 되지 않으니 월요일 9시 이후에 씨유콜센터에 전화하셔서 처리해야한다고 전달하고 끊었다. 그리고 10분 뒤에 또 전화가 왔지만 나는 그때 다른 용무를 보고 있어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리곤 문자가 하나 왔다.

 

'손님이 연락처를 남기고 가셨어요. 점장님이랑 통화하고 싶대요.'

 

벌써 이 일이 5년차지만 손님이 나랑 통화하고 싶다고 하면 조금 긴장이 된다. 어쩔 수가 없나보다. 주말저녁이었기에 얼른 이 일을 처리하고 쉬고 싶었고 나는 씻고 전화를 걸었다. 손님은 20분 내내 하소연을 했다. 3개월 전에 점포 전화번호를 네이버에서 찾을 수가 없었고 점포 근처 살지도 않기 때문에 안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3개월 만에 우리 점포 근처로 올 일이 있어서 들린 김에 그 문자가 생각나서 들렸다고 한다. 그리고 차를 밖에 공회전 해놓고 편의점으로 들어왔는데 일이 생각보다 오래걸려서 30분 동안 시동이 켜져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일이 오래 걸린것은 손님이 3개월 만에 왔기 때문에 택배를 찾기 힘들었고 주말 저녁이면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대라 계산하기 바쁘기 때문이다.(알바가 얼마나 곤란했을지 상상이 된다.) 다시 차로 돌아가보니 기름이 한칸 줄어있었고 나한테 손해배상을 할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처음 20분 동안은 듣기만 했다. 나는 이야기를 다 듣고 기다리게 한 것은 죄송하지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씀드렸고 손님은 기름값을 청구하기는 싫지만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요구했다. 결국 기름값을 달라는 소리에 내 머리속에 수류탄 핀이 뽑혔고 원래 주정차를 할 때 공회전은 안하는 게 맞고 무엇보다도 공회전을 하든 안하든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그리고 3개월만에 찾아오시면 알바생이 찾기 힘들어서 오래걸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손해배상 청구하시고 싶은 거 소송이든 뭐든 다 하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별의별 진상전화는 많이 받지만 기름값을 요구하는 진상은 처음이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라고 말한게 후회된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해봤다. 나의 주말 저녁을 망쳐버린 진상에 대해 생각하면서 애초에 진상전화를 안받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왜 진상전화를 굳이 받고 들어줘야하지?'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경험으로 얻은 교훈은

 

 

"진상의 요구는 들어줄 필요도 없고 전화도 받을 필요가 없다. 말 자체를 안섞어도 된다." (단, 전적으로 손님 잘못일 경우)

 

 

그럼 잘잘못은 어떻게 판별하나? 내가 손님 입장일 때 누구 잘못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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