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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스토리

조금 까다로운 손님 - 말 많은 손님 편 2

by 포켓단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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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처음 개업했을 때 첫날부터 오셨던 분 중에 지금까지 쭉 꾸준히 오시는 단골분들이 있다. 나로서는 정말 너무 감사한 손님분들이다. 내 성격상 그런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안부 인사를 묻지는 않지만 그래도 되도록 더 반갑고 크게 인사를 하고 물어보시는 것들에 대해 보다 더 친절히 대답한다. 진상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런 손님 중에 정말 말이 많은 젊은 할머니분이 계신다. 나도 그렇고 직원도 그렇고 그분이 단골인 건 잘 알고 있지만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끝없이 말을 쏟아내신다. 잠시만 지속된다면 들어드릴 수는 있지만 문제는 중간에 제지하지 않으면 끝도 없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1시간 넘게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분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는 잘 모른다. 집에 혼자 계신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디 얘기하실 곳이 없고 적적하신가 보다. 대화상대가 많지 않아 아르바이트 직원이나 내가 있을 때 가게에 오셔서 다 쏟아내시는 느낌이 든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좀 든다.

 


해결책
단답형으로 말하거나 듣는 둥 마는 둥 하기보다는 정중하게 '제가 계속 업무를 봐야 해서 더 이상 얘기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씀드리는 게 낫다. 그분은 결코 나쁜 분이 아니다. 하루에 쏟아내야 할 말의 양을 감당하지 못해서 여기로 오셔서 쏟아내시는 것뿐이다. 단지 서로 대화를 한다는 느낌은 없고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시는 거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힘든 것이다. 실제로 위처럼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아이도 방해해서 미안해요. 일 봐요."라고 말씀하시고 가셨다. 속으로는 서운해하실지 몰라도 거의 매일 오셔서 반갑게 인사하시는 걸 보니 마음에 담아두시진 않는 것 같다. 곤란에 한 직원에게도 이런 식으로 가이드를 하니 그 뒤로 잘 대처한다. 애초에 말이 통하는 분은 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좋게 말씀드리면 다 이해하시고 무엇보다도 매장에 피해가 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담

옛날 편의점이 들어오기 전 동네 슈퍼가 많았을 때는 동네 슈퍼 아주머니(혹은 문방구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고 친하게 지내는 그런 문화가 당연했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 가든 동네 슈퍼를 가든 주인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과 수다 떠는 풍경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광경이었다. 동네 슈퍼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편의점이 장악한 지금, 동네 슈퍼 아주머니와 수다 떠는 그런 문화를 20대 아르바이트 직원과 이어 나가길 기대하긴 힘들다. 그분들에게는 그런 문화가 삶의 일부였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그 자리에 형식적인 인사만 하는 알바생만 있으니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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