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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스토리

채용 일기

by 포켓단 202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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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채용 공고를 올리는 곳은 가급적 피하세요.

 

가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비슷한 결의 아르바이트 관련 조언들이 보이는데 고용자의 입장에서 괜히 찔리곤 한다. 정말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를 1년 내내 구한다는 건 그만큼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그만둔다는 말이고 그 말은 즉슨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근거다. 사장님이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던가 일의 구조가 불합리하다던가 일의 환경이 좋지 않다던가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아직은 직원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체감상 매달 공고를 안 올린 적이 없다. 항상 누군가는 그만둔다고 한다. 내가 자르거나 권고사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먼저 그만두는 경우다. 처음 채용을 할 때는 오래 일을 할 것처럼 얘기한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은 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1년이든 2년이든 끝까지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보면 결국 어디 취업에 성공했다,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아르바이트를 더 이상 하지 못한다고 통보한다. 원래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일이 예상치 못하게 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을 수없이 겪다 보니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다. 갑자기 그만두게 돼서 정말 죄송하다는 그 사과는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된다. 면접 때 말하는 포부라든지 계획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반 이상 흘려듣는다. 어차피 자의든 타의든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많이 없으니까. 타인에 의해서 내 계획이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한 만큼 그들의 장기 플랜도 마찬가지로 타인에 의해 정말 망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믿는 게 편할 것 같다. 그래도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은 아니어서 그렇게 잘할 것 같아서 뽑은 사람의 갑작스러운 통보는 하루 정도만 나를 화나게 한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믿는다. 갑자기 그만두는 만큼 나를 괴롭고 짜증 나게 하는 것은 드물지만 그래도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불확실성, 어쩌면 최악의 경우에는 나의 일상이 무너지거나 잠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는 최악의 경우의 수를 은연중에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짜증이 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딱히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스스로 해결책 하나는 정말 잘 찾는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 문제를 예방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내가 사람 보는 눈이 더 좋아진다 해도 말이다. 내 인생에 일어나는 일도 제어하지 못하는데 남의 인생에 일어나는 일을 내가 제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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